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베트남 달랏 바오다이 황제 제3궁 방문 후기, 궁전이 아르데코 현대식 별장으로 지어진 이유

Vietnam/Da Lạt

by 옵저버 #505 2026. 7. 23. 09:00

본문

 

고산지대 달랏 특유의 서늘한 바람 위로 쨍하고 맑은 햇살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서 있으니 눅눅했던 기분까지 단번에 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자마자 노란색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전통적인 아시아의 웅장한 궁전을 예상했는데, 눈앞에 나타난 건 영락없는 1930년대 유럽풍 프랑스 저택이었다.

 

 

솔직히 날씨가 너무 완벽해서 바로 어둡고 답답한 실내로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본관 입구를 의도적으로 지나쳐 주변 정원부터 하염없이 걸었다. 웬걸. 울창한 소나무 숲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유럽식 화단을 걷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올라온 본전은 뽑은 기분이었다.

 

 


달랏 시내에서 바오다이 제3궁 찾아가는 방법과 입장 비용

바오다이 황제의 여름 궁전으로 불리는 제3궁(Dinh III)은 달랏 시내 중심부인 쓰언흐엉 호수나 야시장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 정도 떨어져 있다. 언덕 위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어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오르막길이 부담스럽다.

 

[찾아가는 방법 및 비용] 가장 편하고 확실한 이동 수단은 단연 그랩(Grab) 차량을 호출하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출발하면 4인 탑승 가능한 승용차 기준 약 4만~5만 동(한화 2,000원대 중반) 내외로 10분이면 정문 매표소 앞에 도착한다. 도보 이동은 땀을 한 바가지 흘릴 각오를 해야 하므로 비추천한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만 동(약 1,600원)이다. 표를 사서 안으로 들어서면 본관 건물까지 완만한 소나무 산책로가 이어진다. 운영 시간은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참고로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에는 단체 관광 버스가 몰리며 실내가 극도로 혼잡해진다. 오전 일찍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해야 정원 산책과 실내 관람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쨍한 햇살 아래 걷기 좋은 프랑스식 정원과 포토 스팟

날씨가 맑은 날 이곳을 방문했다면 절대 바로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말길 권한다. 궁전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소나무 숲과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정원이 이 장소의 진짜 가치이기 때문이다. 

 

 

[놓치면 안 될 숨은 포토 스팟] 가장 훌륭한 포토 스팟은 본관 건물 뒤편에 마련된 프랑스식 화단 앞이다. 노란색 파스텔톤 벽면과 아치형 창문을 배경으로 정원 중심에 서면, 1930년대 유럽 귀족의 여름 휴양지에 온 듯한 단정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햇빛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오후 3시 무렵이 셔터를 누르기에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다.

 

 

또한 정원 산책로 사이사이에 다듬어진 관목 숲 길도 놓치기 아쉽다. 실내 관람을 마친 뒤 빠져나오는 사람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입장 직후 체력이 쨍쨍할 때 정원 사진을 먼저 남기는 것이 실전 팁이다.

 


베트남 궁전이 현대적인 유럽 아르데코 별장으로 지어진 이유

막상 건물 실내로 들어서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떠오른다. 왕좌가 놓인 화려하고 거대한 대전이나 금박을 입힌 기둥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대신 심플하고 실용적인 거실과 응접실, 서재가 이어진다. 현대의 부유한 별장 내부를 보는 것 같다.

 

베트남 황제의 궁전이 이토록 현대적인 양식으로 지어진 데는 분명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이 건물은 1933년에 착공되어 1938년에 완공되었다. 당시는 베트남이 프랑스의 통치를 받던 식민지 시절이었다.

 

바오다이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완벽한 서구식 교육을 받고 자란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취향 역시 전통적인 베트남의 왕실 양식보다는, 당시 유럽에서 최신 유행하던 모던한 '아르데코(Art Deco)' 건축 양식에 깊게 기울어 있었다. 직선과 기하학적 패턴, 실용성을 강조하는 아르데코 스타일이 궁전 전체의 뼈대를 이룬다. 

 

 

게다가 달랏이라는 도시 자체가 프랑스 식민 당국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개발한 고원 휴양 도시였다. 바오다이 황제 역시 정치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정식 왕궁의 목적보다는, 프랑스 총독이나 사절단을 응접하고 가족들과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한 실용적인 별장의 개념으로 이 제3궁을 설계했다. 화려한 위엄 대신 모던하고 세련된 실내 구조를 갖추게 된 핵심 이유다.

 


의자와 테이블로 꽉 찬 실내 관람 포인트와 분위기

1층은 주로 공무를 보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접견실, 사무실, 연회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황제와 황후, 자녀들이 머물던 침실과 생활 공간으로 나뉜다.

 

 

실내를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공간 구성의 밀도였다. 방마다 텅 빈 여백이 거의 없이, 휴식을 위한 푹신한 소파와 원목 테이블, 안락의자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침실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전실이나 가족 휴게 공간마다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 세트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마지막 황제가 정치적 실권을 잃어가던 시기, 이곳이 가족과 휴식, 사교 중심의 공간으로 쓰였다는 점은 내부 구조만 봐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관람객들의 손상으로부터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 주요 가구 주변에는 벨트 형태의 안전 펜스(안전선)가 제법 많이 쳐져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거나 전체적인 방의 구조를 조망하는 데 시야를 크게 방해할 수준은 아니었으므로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다. 

 

 


방문 전 반드시 알아야 할 헛걸음 방지 주의사항

실내 관람을 쾌적하게 마쳤지만, 방문을 준비하는 분들이 사전에 꼭 인지해야 할 현실적인 규칙과 변수들이 몇 가지 있다.

 

[헛걸음 방지 주의사항] 

  • 첫째, 실내 입장 시 신발 보호용 덧신 착용 규칙이다. 과거에는 신발을 벗고 입장하는 방식이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는 입구에서 제공하는 파란색 천 덧신을 신발 위에 착용한 뒤 내부를 관람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원목 바닥 보호와 관람 편의를 동시에 고려한 방식이다. 입구 관리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천 파우치 형태의 파란 덧신을 착용해야만 내부 입장이 허용되므로 당황하지 말자.
  • 둘째, 궁전 입구 주변과 실내 1층에서 성행하는 유료 황제 코스프레 사진 촬영이다. 전통 황실 의상을 빌려 입고 왕좌 세트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상인들이 제법 적극적으로 호객 행위를 한다. 가격이 저렴해 보이지만 인화 비용이나 액자 옵션이 추가되면 꽤 부담스러운 금액으로 불어나므로, 굳이 체험할 생각이 없다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가볍게 지나치는 것이 현명하다.

 


베트남 달랏 바오다이 황제 제3궁(Dinh III) 방문 핵심 정보 

  • 위치: 1 Triệu Việt Vương, Phường 4, Đà Lạt (달랏 중심부에서 남서쪽 약 2.5km) 
  • 운영시간: 매일 07:00 ~ 17:00 (11:30~13:30 단체 관광객 피크 타임 피해 방문 권장) 
  • 입장료: 성인 30,000동 (약 1,600원, 현금 결제 준비) 
  • 역사적 포인트: 프랑스 유학파 마지막 황제가 1930년대 유럽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은 실용적 여름 별장 
  • 실전 팁: 맑은 날에는 본관 실내보다 주변 소나무 숲과 프랑스식 화단 정원을 먼저 산책할 것. 실내 관람 시 가구 보호용 안전선 밖에서 조용히 관람 유지.

 

 


 

건물의 화려함만 놓고 본다면 유럽의 진짜 고성들이나 베트남 후에(Huế)의 왕궁에 비해 다소 소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의 격랑 속에서 서구화된 마지막 황제가 머물렀던 모던한 일상 공간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기대 이상으로 쏠쏠했다. 빽빽한 테이블 사이로 창보라색 볕이 들던 2층 휴게실의 평화로운 풍경은 소나무 산책로를 걸어 나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꽤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겼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