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고산지대 달랏에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름에 갓 튀겨낸 뜨거운 요리가 당기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여행 목적의 절반이 반쎄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하지만 달랏에 도착한 이후 며칠 내내 제대로 된 반쎄오를 찾지 못해 내심 아쉬움이 컸다.
달랏 야시장이나 시내 중심가에서 파는 반쎄오는 주로 '반깐'처럼 작은 틀에 구워내는 중부식에 가깝거나, 밀가루 반죽이 너무 두꺼워 빵처럼 씹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얇고 바삭하게 부쳐내는 베트남 남부식 큰 반쎄오를 선호하는 입맛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포기할 무렵 구글맵의 리뷰 사진들을 일일이 확대해 가며 튀김 반죽의 두께와 가장자리 상태를 분석했고, 마침내 쩐녓주엇(Trần Nhật Duật) 거리 구석에 숨어있는 이곳을 찾아냈다. 매장 입구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조리대에서 기름에 지져지는 고소한 반죽 냄새가 훅 끼쳐와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다.
식당이 위치한 쩐녓주엇 거리는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전형적인 베트남 현지인들의 주거 및 상업 골목이다. 관광객이 주로 머무는 야시장 중심가에서는 도보로 이동하기에 거리가 다소 멀다. 웬만하면 그랩(Grab)을 호출해 식당 바로 앞까지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낫다.

도착한 매장의 외관은 흔한 베트남의 영세한 로컬 식당 그 자체의 모습이다. 간판 역할을 하는 현수막 아래로 조리대가 밖을 향해 튀어나와 있고, 안쪽으로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사각 테이블 몇 개와 붉은색 플라스틱 의자가 전부다.

매장 내부는 대충 4~5 테이블 안팎이었던 것 같다. 좁고 단출한 구조라 식사 시간대에 방문하면 합석을 해야 하거나 자리가 없어 기다려야 할 확률이 높다. 바닥이 타일로 되어 있어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에는 신발이 물기에 미끄러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벽면에 크게 붙어 있는 노란색 현수막 메뉴판에는 'Bánh xèo chảo miền tây'라고 적혀 있다. 직역하면 '서부식 팬 반쎄오'라는 뜻으로, 내가 애타게 찾던 바로 그 남부식 스타일이다. 메뉴판은 오직 베트남어로만 적혀 있지만 구성이 직관적이라 주문 시스템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메뉴는 들어가는 내용물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옵션으로 나뉜다. 28,000동짜리 기본 메뉴는 새우(Tôm), 돼지고기 살코기(thịt nạc), 버섯(nấm), 녹두(đậu xanh)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38,000동짜리 스페셜 메뉴는 여기에 오징어(mực)와 소고기(bò)가 추가되는 구성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단돈 1,500원에서 2,000원 사이의 가격대다. 관광지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은 정직한 물가다.
나는 기본 메뉴에 집중하기 위해 28,000동짜리를 인원수대로 주문했다. 시원한 얼음 차(Trà đá) 한 잔도 3,000동이면 추가할 수 있어 함께 요청했다. 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키면 주문이 들어가며, 계산은 식사를 모두 마친 후 나갈 때 조리대 쪽에서 한 번에 결제하는 후불 방식이다.
주문과 동시에 입구 쪽 화구에서 달궈진 팬 위로 반죽을 붓고 튀기듯 구워내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자 커다란 타원형 접시에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잘린 메인 요리와 곁들여 먹을 쌈 채소, 라이스페이퍼가 함께 서빙되었다.

한눈에 봐도 겉면의 바삭함이 제대로 살아있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 올렸을 때 기름에 절어 눅눅하게 처지지 않고 단단하게 튀김 형태를 유지한다. 함께 제공되는 라이스페이퍼는 물에 적시지 않고 그대로 싸 먹는 건식 타입이다. 빳빳한 라이스페이퍼 위에 상추와 신선한 현지 허브를 넉넉히 깔고, 큼지막한 조각을 통째로 올려 단단하게 롤을 말아준다.

돌돌 말아낸 롤을 피시소스 기반의 묽은 느억맘 소스에 푹 찍어 먹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얇은 튀김옷이 경쾌하게 부서지는 식감과 함께 고소하게 익은 녹두 알갱이, 돼지고기의 진한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내가 여행 내내 찾고 원했던 정석 그대로의 맛이다.
느억맘 소스는 식당마다 짠맛과 단맛의 배합 비율이 천차만별인데, 이곳은 과하게 달지 않고 고추의 알싸한 매콤함이 기름의 느끼함을 끝에서 깔끔하게 잡아준다. 기름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속에 부담이 적어 물리지 않고 계속 들어간다.
맛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했지만, 매장 이용 환경 측면에서는 방문 전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한다. 우선 문이 없는 완전한 오픈형 매장이기 때문에 바깥 거리의 오토바이 매연이나 날벌레의 유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저렴한 로컬 식당 특성상 한국 수준의 깔끔한 위생이나 쾌적한 에어컨 바람을 기대하기는 힘들더라. 테이블 위에는 이전 손님이 흘리고 간 소스 자국이 남아있을 때가 많아 자리에 앉기 전 직접 물티슈로 한 번 닦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플라스틱 의자가 너무 작고 낮아 식사 내내 무릎과 허리가 뻐근했다.
전용 주차 공간은 당연히 제공하지 않는다. 스쿠터를 렌트해서 방문한다면 매장 앞 골목 갓길에 요령껏 밀착해서 세워둬야 하며, 화장실 이용 역시 매우 열악하므로 숙소나 근처 대형 카페에서 미리 볼일을 해결하고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곳은 일행과 느긋하게 앉아 대화를 나누며 분위기를 즐길 만한 다이닝 공간은 절대 아니다. 오직 맛있는 현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즐기고 일어나는 명확한 목적에 부합하는 식당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친절한 서비스 대신, 오랜 시간 현지인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책임져 온 투박하고 정직한 반쎄오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방문 가치는 충분하다. 식사 피크 타임에 딱 맞춰 방문할 경우 포장(Take-out)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과 현지인 손님들이 몰려 재료가 빨리 소진되거나 긴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점심과 저녁 사이의 애매한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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