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장 입구에 들어섰을 땐 훅 끼치는 열기와 오토바이 경적 소리에 정신이 쏙 빠지더라.
베트남 후에(Hue) 여행을 준비하며 동선에 넣었던 곳이 동바시장(Chợ Đông Ba)이다. 후에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서 내부가 상당히 거대할 줄 알았다. 막상 눈앞에 마주한 외관과 첫인상은 상상했던 것보다 아담하고 낡은 로컬 시장의 표본에 가깝다.
숙소에서 그랩을 타고 이동했는데, 시장 근처 교차로에 다다르자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진입이 쉽지 않았다.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미리 내려 걸어갔다. 시장은 보통 새벽 5시쯤 문을 열어 오후 7~8시 무렵까지 운영되고, 오전 6시~9시 사이가 가장 활기찬 시간대라고 한다.


시장 안으로 진입하면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건어물 특유의 짠내와 향신료 냄새가 섞여서 코를 찌른다. 잡화부터 신발, 옷가지까지 물건은 빽빽하게 쌓여 있지만 통로가 워낙 좁아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어깨를 틀어 비켜서야 한다.

원래는 안쪽 구석구석 돌아볼 계획이었다. 솔직히 너무 덥고 기가 빨려서 과일만 재빨리 사서 탈출하기로 노선을 바꿨다. 건물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니 파라솔 아래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노점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과일 매대마다 바나나, 용과, 망고가 무더기로 놓여 있다. 눈에 띄는 노점에 멈춰서 망고를 가리키며 가격을 물었다. 100,000동(한화 약 5,400원)어치를 달라고 하니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5kg 정도, 큰 망고 5~6개 정도를 검은 비닐봉지에 푹푹 담아준다. 참고로 베트남 망고는 계절과 지역에 따라 kg당 시세가 20,000동에서 50,000동까지 꽤 차이가 나는 편이니, 대략 이 정도 감을 잡고 흥정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확히 저울 숫자가 0으로 시작했는지 세어보진 않았지만 손에 들린 무게감을 보니 며칠은 거뜬히 먹을 양이다. 과일 깎아 먹을 칼이 없어서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물어보니 주인이 쿨하게 플라스틱 칼을 하나 얹어준다.

묵직해진 망고 봉지를 덜렁거리며 서둘러 시장을 빠져나왔다. 길을 하나 건너면 향강(Perfume River)을 가로지르는 쯔엉띠엔 다리(Cầu Trường Tiền) 입구로 곧장 이어진다.

이 다리는 보행자용 길과 차,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이 물리적으로 나뉘어 있다. 에펠탑을 만든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에 참여했다고 알려진 은회색 철골 구조물이 특징이다. 밤에는 화려하게 조명이 들어온다지만 낮에 보는 철교는 오히려 삭막하고 건조한 느낌을 준다.
다리 위를 걷는 내내 옆 차선으로 그랩 기사들과 현지인들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매연이 생각보다 심해서 마스크를 챙기지 않은 걸 후회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다리를 중간쯤 건너다 잠시 철제 난간에 기대어 섰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전까지 정신없이 헤매던 동바시장 건물 뒷편과 주차장 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고개를 돌려 강가 쪽을 바라보면 시장통의 복잡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푸른 잔디가 깔린 강둑을 따라 붉은 꽃이 핀 커다란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늘 아래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강가를 따라 걷는 사람, 물끄러미 강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니 그제야 번잡함에서 벗어난 실감이 난다.
나도 다리를 마저 건너 강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아까 시장에서 산 망고를 하나 꺼내 대충 깎아 베어 물었다. 끈적이는 과즙이 손에 묻어 물티슈가 간절해졌지만 눅눅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열대과일 단맛만큼은 확실히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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