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훅 끼치는 숯불 냄새와 짙은 레몬그라스 향에 절로 침이 고였다.
해발고도가 높아 해가 지면 서늘해지는 달랏의 저녁 공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화로의 열기는 사람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대충 15 테이블 남짓 있었던 것 같은데, 빈자리가 하나도 없어 입구 쪽에서 꽤 서성거려야 했다.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뿜어내는 엄청난 소음과 정신없는 분위기에 잠시 다른 식당을 찾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의 음식 맛은 무조건 강추다.
꽌비치33(Quán Bích 33)은 달랏 시내 중심부인 야시장 쪽에서 차로 조금 이동해야 하는 하이바쯩(Hai Ba Trung)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주변 인도가 좁고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많아 밤거리를 걷기엔 다소 위험한 편이다. 초행길에 구글 지도를 켜고 어두운 골목을 헤매기보다는 그랩(Grab) 앱으로 택시나 오토바이를 호출해 목적지를 찍고 편하게 이동하는 것이 낫다.
매장 앞 도로는 이미 식사 중인 손님들이 세워둔 오토바이가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어 차량이 진입하거나 정차하기 까다롭다. 전용 주차장이나 발렛 서비스 같은 시스템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동네다.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더라도 매장 바로 앞이 아니라 근처 골목 초입이나 적당한 공터에 내려서 걸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웨이팅 시스템 역시 철저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번호표를 뽑는 기계나 대기 명단을 적는 보드판은 없다. 저녁 피크 타임에 방문하면 입구를 지키는 직원 근처에 서서 인원수를 손가락으로 알린 뒤, 멍하니 서서 눈치껏 빈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변 테이블에서 모두 먹고 있는 이곳의 상징, 우렁이찜(Ốc nhồi thịt)을 가장 먼저 주문했다. 메뉴판에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어 베트남어를 몰라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주문이 끝난다.


테이블 중앙에 화로가 세팅되고, 그 위로 김을 뿜어내는 뚝배기가 통째로 올라온다. 뚝배기 안에는 성인 주먹 절반만 한 큼지막한 우렁이 껍데기들이 가득 쌓여 있다. 껍데기 안쪽은 잘게 다진 돼지고기와 우렁이살을 섞어 뭉친 완자로 꽉 채워져 있고, 손잡이 역할을 하는 빳빳한 레몬그라스 줄기가 하나씩 꽂혀 있다. 툭 튀어나온 이 레몬그라스 줄기를 잡고 지렛대 원리처럼 살짝 힘을 주어 당기면 통통한 알맹이만 쏙 빠져나온다. 골뱅이처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다진 돼지고기의 고소함과 탱글한 우렁이살이 섞여 씹는 맛이 상당하다. 속재료에 배어든 후추와 다진 마늘, 그리고 찌는 과정에서 스며든 레몬그라스 특유의 향이 우렁이의 잡내나 흙내음을 완전히 덮어버린다.

테이블에 기본으로 깔리는 허브와 잎채소를 곁들여 먹는 것이 이곳의 정석이다. 느억맘(피시소스) 베이스에 고추와 생강을 썰어 넣은 전용 소스에 완자를 푹 찍어 먹으면 기름진 맛이 중화되며 끝없이 들어간다. 껍데기에서 속살을 빼먹는 행위 자체가 은근히 재미있어 계속 손이 가는 메뉴다. 다 먹고 남은 빈 껍데기는 테이블 바닥 아래에 놓인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바로 던져 넣으면 된다.
우렁이찜 하나만으로는 성인 두 명의 배를 채우기 부족해 오징어 구이와 볶음밥을 추가로 시켰다.

오징어 구이는 기대 이상으로 맛이 신선하고 훌륭했다. 질기거나 퍽퍽한 느낌 없이 치아 사이에서 툭툭 탱글하게 끊어지는 식감이 살아있다. 겉면에 붉게 발린 양념은 적당히 매콤달콤하면서도 숯불에 강하게 그을려 스모키한 불향을 낸다. 시원한 맥주 안주로 더할 나위 없는 간이다. 곁들여 나온 초록색 야채는 오크라인데, 특유의 미끈거리고 끈적이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다. 나는 끈적이는 느낌이 싫어서 오크라는 남겨두고 오징어만 골라 먹었다.

식사 마무리를 위해 시킨 마늘 볶음밥이다. 전형적인 동남아시아의 안남미를 강한 불에 볶아내어 밥알이 흩어지는 고슬고슬한 질감을 낸다. 중간중간 씹히는 마늘 후레이크의 바삭함이 밋밋할 수 있는 볶음밥의 포인트를 잡아준다. 다만 사진에서 보듯 잎사귀가 큰 고수가 중앙에 떡하니 얹혀서 나온다. 고수 향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주문할 때 직원에게 미리 빼달라고 명확하게 요청하는 것이 좋다.
음식의 맛은 확실히 보장하지만, 현지 로컬 식당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환경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좁은 테이블 간격과 열기다. 옆 테이블 손님과 등이 닿을 듯한 좁은 간격 때문에 일행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너무 시끄러워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매장 전면이 뻥 뚫린 개방형 구조라 에어컨이 없고 천장 선풍기에 의존해야 하는데, 각 테이블마다 놓인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숯불 열기까지 더해져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조용하고 시원한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피하는 것이 맞다.
구글 지도상에 표시된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근방으로 되어 있으나, 맹신해서는 안 된다. 베트남 현지 식당 특성상 재료가 일찍 소진되거나 유동적으로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 등 애매한 시간대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헛걸음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손님이 많아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빈 접시나 다 먹은 뚝배기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치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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